
자연은 인간의 감각과 감정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전통예술은 그 감응을 예술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한국의 전통무용은 자연과의 교감을 가장 섬세하게 구현한 예술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바람’은 전통무용에서 가장 깊이 있고 시적으로 표현되는 자연 요소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살랑이는 한삼, 유려하게 흘러내리는 소매, 정적인 몸짓 속에서 흔들리는 기운을 통해 감지되고 상상되는 존재로 무대 위에 등장한다. 춤의 움직임은 바람처럼 유연하고 일정하지 않으며, 감정의 떨림과 신체의 호흡이 만나 바람을 시각화한 것과 같다.한국 전통사상에서 바람은 단지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우주의 기운, 생명의 흐름, 감정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중요한 자연 요소다. 음양오행 사상 속에서도 ‘풍(風)’은 목(木)의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