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무용과 서예는 겉보기에 전혀 다른 예술 장르로 보인다. 하나는 무대에서 움직임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신체 예술’이고, 다른 하나는 종이 위에 정적인 선을 남기는 ‘시각 예술’이다. 하지만 이 두 장르는 한국의 전통문화 속에서 동일한 미학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며, 특히 ‘선(線)’의 흐름을 중심으로 감정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깊은 유사성을 지닌다. 무용수가 팔을 천천히 들어 선을 그리는 순간과 서예가가 붓을 들고 종이에 곡선을 그리는 순간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미적 감각과 정서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한국 전통예술에서 선은 단순한 형태를 그리는 도구가 아니다. 선은 정서를 담아내는 그릇이며, 선의 굵기, 흐름, 속도, 방향은 모두 감정의 농도와 리듬, 깊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전통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