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전통무용은 단순히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예술이 아니다. 그것은 한 민족이 자연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몸을 움직이며 감정을 해석하는 방식, 인간과 공동체를 표현하는 동작 속 철학 체계다. 서양 무용에서 안무란 ‘공간 안에서 움직임을 설계하는 창작 행위’로 여겨지지만, 전통무용에서 안무는 단순히 창작에 머무르지 않고, 전해진 철학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의식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한국의 전통무용은 정형화된 춤사위와 리듬 위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그 안의 구조는 고정된 틀이 아니라, 감정의 선율과 정서적 시간 구조에 따라 유기적으로 확장되고 수축하는 살아 있는 안무 구조다. 하나의 손짓, 고개를 돌리는 방향, 발끝의 궤적까지 모두 철학과 정서의 흐름 속에서 배치된 안무적 언어라고 볼 수 있다...